시대를 초월한 미인들을 만나다

이 책 『아름다운 여인들-중국 도용을 통해 본 미인과 복식』에서는 유금와당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용 61점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시황릉의 병마용들의 강건한 모습과는 다르게,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의 모습이다. 한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2000여 년에 걸친 미인들의 모습은 시대별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 도용들에는 의복과 머리장식, 화장법 등이 다양하게 남아 있어, 중요한 기초 자료로써 복식 연구자들에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채색이 많이 남아 있는 당대의 미인도용들에서는 화려한 머리장식과 공을 들인 화장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남장을 하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을 통해 당대 이후 유행했던 남장 풍습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미인도용의 모습을 세부, 뒷면까지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들을 실어, 얼굴의 보조개와 가지런히 빗은 머리칼까지도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유금와당박물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동양복식연구회의 회원들이 각 도용에 대한 설명과 복식 관련 용어 해설을 맡아서 전문적이고 충실한 내용을 담았다. 도용이 만들어진 시대의 회화 작품이나 벽화 등의 참고 도판을 함께 배치하여, 복식 전공자가 아니어도 시대의 여성과 복식을 잘 알 수 있게 했다.

현재 유금와당박물관에서는 이 책에 실린 도용 61점을 <도용: 아름다운 여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하고 있어, 박물관에 직접 방문하여 책에 실린 도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유금와당박물관 

  유금와당박물관은 2008년 서울 부암동에 개관된 와당과 도용 전문박물관으로 동아시아 와당과 전돌, 중국 도용 등을 소장하고 있다. 와당과 도용을 주제로 한 전시회와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으며,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교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국기와학회와 동양복식연구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소장품 연구를 통해 아시아 문화교류와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유금와당박물관은 아름다운 와당과 도용을 통해 조상들의 창의력과 우수성을 느끼고 그들의 지혜와 생각의 방식을 배우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양복식연구회 

  동양복식연구회는 복식사를 전공하는 학자, 패션 디자이너, 주얼리 디자이너 등을 중심으로 복식 전반에 걸친 연구와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2009년에 구성되었다. 특히 유금와당박물관 소장품인 도용을 대상으로 아시아 복식문화 나아가 한국복식의 원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미나와 전시회 개최에 참여하고, 의상과 액세서리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전통의 현대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도판 해설

금기숙(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

김문자(수원대학교 의류학과 교수)

김소현(배화여대 전통의상과 교수)

유혜영(한양대학교 의류학과 강사)

조효숙(경원대학교 의상학과 교수)

홍나영(이화여자대학교 의류직물학과 교수)

교단(중앙대학교 의류학과 박사과정)

들어가며

도용과 회화를 통해 본 미인의 계보(유혜영) 

1. 한의 미인도용

2. 위진남북조의 미인도용

3. 수·당의 미인도용

4. 송·금의 미인도용

5. 원·명의 미인도용

6. 청의 미인용

도판목록

참고문헌

  오래전부터 인간의 미적 본능은 신체와 복식에 반영되어 왔습니다. 시대별로 나타난 미인에 대한 기록이나 현재 세계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성형이나 패션에 대한 담론들도 미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그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과 집착은 유행으로 나타나고, 이 유행은 시대나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각 시대에 따라 독특한 복식이 착용되는가 하면, 국가나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복식이 출현하기도 합니다. 이는 각 시대나 지역마다 미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랐다는 것을 의미하며, 각각의 미적 기준 혹은 미의식이 달랐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 5쪽 「들어가며」중에서 

이 책에 수록된 미인도용 61점을 감상하다 보면, 여인들의 미의식이 시대별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아름다워지려는 여인들의 욕망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연면히 지속되어 왔지만 미에 대한 판단 기준은 크게 변화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옛 여인들의 미적 가치판단과 그 실천과 변화의 과정을 보면서, 현대의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아름다움과 미인에 대해 음미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 6쪽 「들어가며」중에서

심의(深衣) 자락을 단정하게 둘러 입은 한대(漢代)의 여인들은 반듯한 자세에 엄숙한 표정을 지니고 있고, 다소 활달하고 개성 있는 생김의 남북조(南北朝) 여인들은 후기로 가면서 상냥한 모습을 보여준다. 수(隋)·당(唐)대로 가면서 의장(衣裝)은 다양하고 화려해지지만, 인물들의 표정은 오히려 정적(靜的)인 분위기로 변한다. 이에 비하면 금(金)·원(元)대의 여인들은 소박하고 단순하며 명대(明代)의 미인들은 명랑하고 귀엽기조차 하다.
(......)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미인도용은 시대의 철학과 미학, 기술을 아우르며 완성시킨 조형물이라 할 수 있으며, 제국의 흥망성쇠와 함께한 미인들의 역사가 바로 당시의 역사라는 것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여러 시대를 거쳐 우리에게 다가온 이 미인도용들은 삶과 아름다움의 관계를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아름다움이 시간과 함께 사라져버리고 만다면, 영원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름다움에 있어서 영속성이란 어떤 의미일까?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실체란 결국 무엇이며, 어떤 의미인 것일까? 이제 이 책을 통해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살아온 아름다운 여인 도용들을 만나본다면, 미에 대한 균형 잡힌 감각과 함께 미와 추를 아우를 수 있는 열린 시각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10~15쪽 「도용과 회화를 통해 본 미인의 계보」중에서